어쩌다보니 51년을 살다
한국 나이로는 52세
8월에 생일을 보내고 나니 51년을 살아온 나이가 되어버렸다.
생일날 저녁 침대에 누워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농담으로 반백년을 살았다고 말하기도 하는 그 나이에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물론, 모든 기억들이 생생한 것은 아니다. 기억의 반이상은 의지와는 다르게 소실되어 버렸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억이란것이 사진이나 글을 봐야지 겨우 떠오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무모하게 시작했던 도전의 실행력도 어느덧 주저주저하고 있던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왠지 씁쓸하고 허전한 51살의 생일이었다.
올 봄날에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었다. 성산일출봉을 한 바퀴 돌고 제주 아쿠아플라넷에 입장하려고 가격정보를 찾아보는데 시니어 할인이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시니어가 내 나이부터 시작이 되었다. 머리에 무엇인가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시니어란 단어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딸아이는 " 엄마는 아직 젊어보여요. 무슨 시니어!!! " 하면서 위로를 하지만 나이가 주는 무게감의 압박이 갑자기 느껴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고 예전에는 생각해왔던 것이 하나둘 생각이 무너져가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지금부터라도 틈틈히 삶을 기록하는 일을 해야겠다.
일기 형식일 수도 있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동안 삶을 무조건 열심히 바쁘게 살아오느라 어떤 경우는 엉망진창이 되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잘도 넘어가기도 했다. 몸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신호를 주고 있었지만 어쩌면 난 아직 아니야 하면서 마음속으론 거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남은 시간들을 좀 더 차분히 받아들이며 사는 법을 찾아야겠다. 지금의 모습도 내 삶의 일부라는것을 잊지 말고 몸의 변화도 마음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좀 더 우아하게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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