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다
어느새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오는 일은 극히 드문 일 중에 하나다. 대부분은 밤새 잠을 못 청했거나 아침에 일이 있거나... 오늘은 새벽까지 잠을 못 청해서 뒤척이다가 배가 고파질 때쯤 남편의 눈치를 보며 스타벅스 오픈 시간이 되었는데 같이 갈까 한마디를 던졌고 남편은 흔쾌히 함께 카페로 항했다.
오프 시간쯤에 오면 스타벅스의 브런치 메뉴가 쇼케이스에 진열이 되어있다. 주로 샌드위치 종류인데 몇 번 먹어봤지만 맛있게 먹은 기억은 별로 없어서 오늘은 치즈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추가했다. 누가 보면 스벅을 좋아해서 아침부터 일부러 찾아가나 하겠지만 사실 우리 동네에서 이른 아침 7시에 오픈하는 카페는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 있으니 하나둘 테이블이 채워진다.
스타벅스도 코로나로인해 테이블을 많이 치워놓았다. 간격을 띄워서 자리를 만들어놓아서 손님이 많이 있지는 않다. 들어오는 대부분의 손님은 노트북이나 패드는 필수인 듯하다. 스벅에서도 책을 펴고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옆에 앉아서 종알종알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는 내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는 카페가 공부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 이런 대형 카페들 때문에 시작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일 때문에 노트북을 펴고 미팅을 해본 적은 있지만 집중을 하고 공부는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카페에서의 공부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얼마나 집중을 해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공부패턴이 다르니 뭐라고 비난할 일도 다름에 대해 따질일도 아니지만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는 사람들도 종종 봤다. 친구와 만나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를 찾아서 들어간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대부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움찔하게 되고 괜히 들어왔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친구와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가 테이크아웃으로 싸들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 카페 내에선 음악소리도 흐르지 않았다.
소소한 수다 좀 떨면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을 몽땅 빼앗겨 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다.
입구에서 간판을 보니 스터디카페도 아니었는데... 커피가 맛있어도 다시는 그 카페를 방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은 다행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하나둘 책을 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남편과 나는 커피를 마시며 몇 마디 나누고는 서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한 시간만 앉아 있다 가자는데 동의했다 남편은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봤고 나는 멍 때리고 창밖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매일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어 본 적은 별로 없다.
어느 날 문득 어쩌다 가끔 이런 시간은 필요하다. 잠시 모든 것을 버리고 멍 때리기를 하는 시간을 떼어놓아야겠다.
불멍도 좋고 물멍도 좋고...
하지만 스벅에서까지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자주 하고 싶지 않다.
나에겐 카페는 그냥 맛있는 것도 먹고 마시면서 까르르 수다도 떠는 소통의 공간이지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 놀고 싶을때 가는 곳 그런곳으로 카페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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